추억의 만화이자 애니메이션인 슬램덩크
1990년 연재가 시작되었으니 벌써 30년이 넘어 잠시 잊고 있었는데
이번에 개봉한 극장판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기억을 되살리고 있었습니다.
슬램덩크는 도쿄 서쪽의 해안가인 상남(湘南, 쇼난) 지역을 배경으로 인근 고교의 농구부들의 경쟁을 다룬 성장만화로 상남의 관광지인 에노시마, 가마쿠라의 풍경이 작품 속에 그대로 녹아들어가 있습니다.
에노시마는은 가마쿠라 서부에 있는 작은 섬으로 600m 길이의 다리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오랫동안 도쿄 시민들의 당일 여행지로 각광 받는 곳으로, 특히 에도 시대(1603~1867) 때 가부키 배우들과 같은 예능계 종사자들에게 인기가 높았습니다.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져 북적이는 지금의 에노시마는 상점, 여관, 레스토랑, 관광 명소로 가득합니다.
영화, 드라마, 소설 등 다양한 일본의 작품의 배경이 된 곳이며 슬램덩크는 물론 핑퐁, 태양의노래, 바닷마을 다이어리 등 인기 작품도 많아 팬들에게는 성지 같은 곳이기도 합니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배경 가마쿠라, 에노시마
에노시마는 도쿄 시내에서 1시간 반 정도 걸리며 다양한 방법으로 찾을 수 있습니다. 오다큐(小田急)선을 이용하여 가타세에노시마(片瀬江ノ島) 역에 내리면 바로이며 JR이용시 후지사와(藤沢) 역에 내려 노면열차인 에노덴(江ノ電)을 이용 에노시마 역으로 오후나(大船)역에서는 쇼난 모노레일을 타고 쇼난 에노시마(湘南江の島)역 에서 내리면 됩니다. 가마쿠라(鎌倉)에서는 역시 에노덴을 타고 찾아오면 됩니다.
후지사와 에노시마역 승강장
에노덴 열차 내부
에노시마로 들어오는 에노덴 열차
에노덴 에노시마역과 에노시마역 플렛홈
에노시마 역 풍경
오다큐 가타세에노시마와 에노덴 에노시마를 연결하는 다리
만화 핑퐁에서 주인공이 뛰어내린 곳이기도 합니다.
에노시마에 가기전 해변에는 신에노시마 수족관(新江ノ島水族館) 이 있습니다. 주변의 바다 속 풍경을 재현해 둔 수족관이며 90종 2만 마리의 물고기를 관찰할 수 있습니다.
신에노시마 수족관
에노시마에 가기전 해변은 에노시마 대교(江の島大橋)를 사이에 두고 두 곳의 해수욕장으로 나뉘는데 한곳은 가타세니시하마 해수욕장(片瀬西浜海水浴場), 다른 한 곳은 가타세 히가시하마 해수욕장입니다(片瀬東浜海水浴場) 서쪽의 해수욕장이 넓고 후지산도 보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찾고 서핑을 즐기는 사람도 많습니다.
서쪽의 해수욕장의 방파제를 따라가다 보면 빨간 등대와 하양 등대가 있는 포토 스팟도 있습니다.
등대 주변의 전망장소에서 에노시마 대교를 바라보는 것도 즐겁습니다.
에노시마 해변 주변에는 솔개가 많으니 주의하길 바랍니다. 특별히 해를 입히지는 않는데 간혹 빵이나 먹을 것을 들고 혼자 해변을 걷고 있으면 들고 있던 것을 낚아채 날아가 버립니다. 에노시마는 아니지만 교토의 가모가와 강변에서 줄서서 기다려 산 교토의 인기 빵 가게의 소금 빵을 솔개가 가져가 버린 기억이 있습니다.
새 사진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자주 날아다니기 때문에 솔개 사진을 찍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에노시마 대교는 에노시마와 바로 연결되어 있으며 10분 정도 걸어가면 에노시마에 도착합니다.
에노시마는 버스를 타고도 갈 수 있는데 산책할 겸 걷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에노시마 섬 언덕 위에는 신사가 하나 있는데 인연을 맺어주는 신사로도 유명합니다.
에노시마 신사(江ノ島神社)는 어업과 해운의 신들을 모시기 위해 세워졌습니다. 하지만 곧 예능, 재물, 행운의 신을 모신 신사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명색에 걸맞게 에노시마섬의 신들 중 가장 유명한 것은 나체의 하다카벤텐 여신입니다. 에도 시대(1603~1867) 동안 당대의 예능인들이 에노시마 신사를 찾았고, 지금도 신의 영감을 필요로 하는 유명 연예인들이 정기적으로 이곳에 와서 나체의 여신에게 참배를 드립니다. 에노시마 신사는 섬 곳곳에 흩어진 세 개의 신사를 하나로 모은 것입니다. 헤츠노미야는 1206년 지어진 최초의 신사로 이곳에 하다카벤텐이 모셔져 있습니다. 조금 더 가면 853년 세워진 나카츠노미야가 있습니다. 그 뒤로는 오쿠츠노미야가 있습니다. 오쿠츠노미야 신사는 원래 지은 건물이 폭풍으로 소실된 후 1841년에 재건되었습니다.
에노시마는 에노시마 언덕 높은 곳에 있는데 계단으로 걸어서 올라가도 되고 돈을 내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편하게 올라갈 수 도 있습니다.
에노시마는 길 고양이가 많은 섬으로도 유명하며 걷다가 곳곳에서 길 고양이와 만날 수 있습니다.
절경의 찻집에서 말차와 만쥬, 에노시마 안에는 수 많은 음식점과 카페가 있어 먹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에노시마 섬 언덕 위에는 전망대가 있습니다.
에노시마 전망등대 시 캔들(江の島シーキャンドル) 이라는 이름으로 120m 높이에서 섬 주변의 파노라마 전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입니다.
에노시마 전망등대
전망대에서 본 풍경을 잠시 소개하겠습니다.
육지와 연결되어 있는 섬 북쪽
태평양이 아름답게 보이는 섬 남쪽의 모습입니다.
에노시마 등대
에노시마 대교
전망대 밖으로도 넓은 전망장소가 있어 바람을 맞으며 시원하게 풍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섬 뒷편에는 해식 동굴(이와야 동굴)과 바다를 배경으로 이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해변(지고카후치)이 있지만 내려갔다 올라와야 하고 제법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시간에 여유가 있을 때 찾길 바랍니다. 이곳에서 배를 타고 다시 육지로 이동할 수 있는 방법도 있으니 검토 해봐도 좋을 것 입니다.
에노시마 유람선 선착장
슬램덩크를 보고 만든 글인데 에노시마 이야기가 너무 길어졌습니다. 사실 슬램덩크를 보고 에노시마를 찾았다면 에노시마 역 보다는 가마쿠라고교마에(鎌倉高校前)역 에서 내려 둘러보는 것이 좋습니다.
가마쿠라코코마에 역
이곳이 바로 슬램덩크 오프닝에 나오는 해변 철도 건널목이 있는 곳이며 마지막에 강백호가 앉아 있던 해변, 서태웅이 자전거로 다니던 도로 등이 나오는 곳 입니다. 철도 건널목은 가마쿠라고교마에 역에서 걸어나가면 바로 나오며 슬램덩크를 보고 온 전 세계의 팬들이 이곳에서 사진 찍기 경쟁을 하기 때문에 일찍 찾는 것이 좋습니다.
철도 건널목 앞 해변도 서핑의 명소이며 에노시마를 한 눈에 담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함께 들려보면 좋습니다. 시치리가 하마(七里ヶ浜) 해변으로 가을 에노시마 불꽃 놀이를 할 때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는 스팟이기도 합니다.
시치라가 하마에서 본 불꽃놀이
글을 쓰면서도 슬램덩크의 장면들이 머리속을 지나갑니다. 다음에 도쿄여행을 가면 다시 한 번 들려봐야 할 것 같습니다. (사람이 많을 것 같아 사진을 찍기 위해 에노시마나 가마쿠라에서 숙박을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