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여행 중 하루는 고양이 사원으로 알려진 왓포(Wat Pho)에 들렸습니다.
태국여행은 호캉스로 대부분의 시간을 호텔에서 보냈으며 호텔 근처에 관광지가 있으면 잠깐 시간을 내어 들려보는 정도였습니다.
왓포는 태국 방콕의 불교 사원으로 정식 명칭은 왓 프라 체투폰 위몬 망클라람 랏차워람아하위한 이며 왓 포는 사원의 옛 이름인 왓 포타람의 줄인말 입니다. 고양이가 많은 사원이기도 하지만 가장 유명한건 길이가 46 m에 달하는 거대한 와불(臥佛)로 유명합니다.
왓포는 이른 아침 부터 오픈하기 때문에 가능한 아침에 가는 것이 좋습니다. 태국의 오후는 너무 더워 야외활동 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그나마 선선한 오전이나 해지기 전쯤에 찾는 것이 좋습니다. 왓포 인근에는 왓포가 오는 노는 날이라고 하며 다른 관광지로 유도하는 호객꾼들이 많은데 왓포는 왠만하면 문을 열기 때문에 속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왓포는 거의 매일 오픈하며 8:00~18:00에 문을 엽니다. 요금은 200바트 현금만 받습니다.
티켓을 구매하면 이렇게 QR 티켓을 줍니다. 개찰구에서 QR을 찍고 들어가면 되는데 에러가 잘 나서 직원이 그냥 옆으로 들어가게 해주었습니다.
고양이 사원 답게 들어가자마자 바닥에 엎드려 있는 고양이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도망가지 않고 바로 눈을 감아버리는 고양이
귀찮은듯 한 번 째려 보더니 어디론가 걸어가는 고양이
왓 포는 인근의 왓 프라깨오 등과 함께 태국에서 가장 격이 높은 사찰들 중 하나입니다. 라마 1세가 처음 지어 자주 법회에 참석한 것으로 유명하고, 나중에는 라마 1세의 유해도 일부 봉헌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라마 3세 시기에 현재의 모습으로 거대하게 증축되었습니다. 현재 왓 포에는 거대한 와불상을 포함한 태국 최대 규모의 불교 미술품이 소장되었고, 태국 최고(最古)의 공공 교육기관들 중 하나이자 유명한 전통 타이 마사지가 시작된 유서 깊은 장소이기도 합니다. 이같은 역사성 덕분에 현재 왓 포에 소장된 여러 불화와 불상들, 각종 경전들은 유네스코의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고양이 동상으로 생각되는 동물 동상, 왓포에는 곳곳에 작은 동물 동상들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곳곳의 시설물과 동상에는 QR로 설명이 되어 있습니다.
동상 뒤에는 노랑 고양이
왓 포는 방콕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들 중 하나로 심지어 1782년 라마 1세가 방콕으로 천도하기 훨씬 이전부터 있었습니다. 원래 이름은 왓 포타람으로, 보리수의 사원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정확하게 왓 포타람이 언제 건립되었는지에 대해서는 학자들마다 논란이 있지만 보통 1688년부터 1703년까지 아유타야 왕국을 다스린 페트라차 국왕 시절에 지어진 것이라는 게 중론입니다. 1688년에 아유타야 군대가 방콕 공성전에서 프랑스 군대를 몰아낸 이후, 프랑스의 군사요새를 헐어버리고 그 자리에 새롭게 사원을 세웠다는 것입니다.
1767년에 아유타야 왕국이 미얀마의 꼰바웅 왕조에게 멸망당하자 태국에는 잠시 동안 난립기가 찾아왔습니다. 이 난립기를 끝낸 사람은 바로 톤부리 왕조의 딱신 왕이었습니다. 톤부리 왕국을 세운 딱신 왕은 수도를 톤부리로 정하고 차오프라야 강 인근의 왓 아룬 바로 옆에 자신의 왕궁을 지었습니다. 당시 왓 포는 딱신의 왕궁 바로 옆에 있었고, 왕이 직접 사찰을 자주 드나들었던 덕분에 왓 포의 권위는 수직상승하게 됩니다. 그러나 딱신 왕은 시간이 흐를수록 총기를 잃고 폭정을 펼쳤고 결국 딱신 휘하의 장군이었던 라마 1세가 쿠데타를 일으켜 딱신 왕을 몰아내고 새로운 왕조를 열었으니, 이 왕조가 바로 현재 태국 왕실인 짜끄리 왕조입니다.
1782년 라마 1세는 수도를 차오프라야 강 건너편인 방콕으로 옮기고, 왓 포 바로 근처에 왕궁을 지었습니다. 1788년에 라마 1세는 오래된 왓 포 사원을 아예 통째로 개건하라고 명령했고, 아유타야, 수코타이 등지에서 공수해온 수많은 불교 미술품들을 이 곳에 보관했습니다. 1801년, 공사가 시작한지 12년 만에 왓 포의 재건 공사가 끝났습니다. 라마 1세는 새로운 사찰의 이름을 왓 프라 체투폰 위몬 망클라람으로 정했고, 왕궁에서 가까운 왓 포에 자주 드나들면서 법회에 참석하고는 했다고 전합니다.
왓 포는 라마 1세의 대공사 이후에도 260여 년 동안 꾸준하게 개보수 공사를 거치면서 현재의 모습을 갖추었습니다. 가장 대표적으로 라마 3세 시절에 16년에 걸려서 대규모로 개축공사가 이루어진 바 있으며 이때 사원 부지의 규모가 무려 22에이커로 크게 확장되었습니다. 누워있는 와불상 등을 포함한 현재 왓 포 내부의 건축물들 대부분은 이때 지어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사원의 외벽에 여러 기록들과 비문들을 새겨 사람들을 위한 공공교육 시설을 겸하도록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 기록과 비문들은 후에 역사성을 인정받아 2008년 2월 21일에 유네스코의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었습니다. 오랫동안 공공교육시설로 기능했던 왓 포는 사실상 태국의 첫 대학으로 여겨지며, 한국인들에게도 익숙한 타이 마사지의 중심지기도 했습니다.
역사적인 볼거리도 가득하지만 여유로운 고양이가 사원 곳곳에 있어 고양이 사원이라고 불리는 왓포
고양이가 먹을 먹이도 사원 곳곳에 있었습니다.
사원에 이쁜 모습 한 장 찍고
여유로운 고양이 사진 한 장 찍고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계속 들어가면 와불상을 모시고 있는 사원 이 있습니다.
와불상(Phra Buddhasaiyas)
위한 프라논 내부의 거대한 금빛 와불상. 사실상 관광객들이 왓 포를 찾아오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1832년 라마 3세 시기에 만들어졌으며 부처가 열반에 이르기 직전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높이는 15 m, 길이는 46 m이고 태국에서 가장 큰 불상들 중 하나입니다. 속은 벽돌로 채워졌고, 그 위에 금속판을 붙인 뒤 도금한 것입니다. 특히 불상의 발이 유명한데 발 조각의 높이는 3 m, 너비는 4.5 m이고 진주층으로 꽃, 코끼리 등이 상감되었습니다. 발 중앙에는 차크라를 상징하는 문양이 새겨졌고, 복도에는 그릇 108개가 놓여 있습니다. 관광객들은 행운을 기원한다는 의미로 이 그릇들에 동전을 던지곤 합니다.
와불 상의 커다란 얼굴
신발과 모자를 벗고 들어가야 하며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다양한 불교의 이야기가 세겨져 있는 불상의 발바닥 나진칠기 처럼 이쁘게 세겨져 있습니다.
불상의 뒷모습과 통로
부처님 머리와 손바닥
와불상을 보고 사원에서 나와 왓포의 뒷편을 걸어갑니다.
팬더로 추정되는 조각
테이블 아래 숨어서 관광객을 감시하고 있는 검정 고양이
토실토실한 검정고양이의 하체가 귀엽습니다.
왓포의 중앙 사원인 프라 우보솟의 지붕
어디론가 향하는 승려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왓포의 지도, 빠르게 둘러보면 30분 정도 걸리고 고양이랑 놀다 가면 1시간 정도 걸릴 것 같습니다.
화려한 왓포의 사원들
불만 가득한 젖소 고양이
그늘에 자리를 잡고 누워 봅니다.
졸다가 깨다가 졸다가 깨다가
무언가를 발견하고 숨어서 지켜보고 있다가
왓포를 청소하고 계시던 아주머니에게 잡혀 사랑을 받습니다.
행복한 아주머니와 사랑받아도 불만족 스러운 표정의 젖소 고양이
그걸 바라보고 있던 노랑고양이
사원의 탑은 부부고양이의 집인 것 같습니다.
어제 외박하고 늦게 들어온 남편 얼룩고양이가 부인인 노란 얼룩고양이의 눈치를 봅니다.
여기가 어디라고 기어들어오냐는 듯 한 마디 하니
고개를 숙이고 아무말 하지 못합니다.
뭐라고 뭐라고 웅얼거려 보지만 무시하는 노랑 고양이
갑자기 화가 났는지 하악질을 한 번하니
검정 고양이는 더욱 위축됩니다.
남의 부부일에는 참견하는 것이 아니니 사진만 살짝 찍고 돌아갑니다.
옆집 고양이는 저 부부는 맨날 싸운다고 궁시렁 거립니다.
친숙한 그림이 그려져 있는 문도 보입니다.
요 고양이 부부도 한 바탕 하고 난 모습입니다.
관광객이 몰려오며 시끌벅적 해지고 있는 왓포
프라 라비앙 (Phra Rabiang)
라마 1세가 태국 전역에서 모아온 불상 1200좌 중 예술성이 뛰어난 400좌를 골라 전시한 회랑. 왓 포의 외부 회랑에 위치하고 있습다. 어떤 것들은 좌불상이고 어떤 것들은 입불상들로, 자세히 보면 모두 그 자세나 표정 등이 미묘하게 다릅니다. 원래 모두 현재처럼 황금빛 금불상은 아니었으나, 라마 1세가 통일성을 위해 금종이를 표면에 붙여 도금하여 모두 똑같은 금색을 띠게 되었습니다.
프라 우보솟 (Phra Ubosot)
왓포의 중앙에 위치한 주황색 지붕의 건물. 한국 사찰의 대웅전에 대응하는 건물로 왓 포 전체에서 가장 신성한 건물입니다. 라마 1세가 아유타야 양식으로 지었으며 이후 라마 3세 재위기에 크게 확장 공사를 거쳤습니다. 내부에는 기둥들이 열을 이루어 지붕을 떠받치고 있고 거대한 금동 불상이 끝 연단 위에 앉아 있습니다. 불상의 머리 위에는 국왕의 권위를 상징하는 9층 우산이 씌워져 있습니다. 건물 외벽에는 태국 전통 서사시인 '라마끼엔'의 내용이 150개 돌들에 새겨져 있습니다.
뒷편 벽면에 설명이 적혀 있었는데 읽을 수가 없었습니다.
다시 밖으로 나와 여유로운 고양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왓포 구경을 마칩니다.
방콕 시내에 있으며 볼거리도 많아 가볍게 들려보면 좋은 관광지 같습니다.
왓포 구글 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