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마모토의 시간을 천천히 볶는 곳
커피와 예술이 흐르는 공간, 커피 갤러리(珈琲回廊 / Coffee Gallery)
구마모토시(熊本市)의 중심, 오래된 상가 거리 한켠에 자리한 커피 갤러리(珈琲回廊) 는 단순한 카페가 아닙니다. 이름처럼 회랑(回廊) 이라 불리는 이 공간은, 커피 한 잔을 중심으로 예술·시간·공간이 천천히 회전하는 듯한 체험을 선사합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도시의 소음은 차단되고, 부드럽게 구운 원두 향과 나무의 온기가 다가옵니다.
이곳은 구마모토의 편리한 교통 수단인 노면전차를 타고 쉽게 찾아 갈 수 있지만 두 노선의 역 중간에 위치에 있어 처음 찾을 때 어떤 역을 이용할지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보통 구마모토 역과 시내를 연결하는 노선이 관광객에게는 찾기 쉽게 느껴지기 때문에 구마모토 역에서 버스터미널, 시내의 중짐지를 다니는 A 라인 고후쿠마치(呉服町) 역을 이용하게 될 것 같습니다.
돌아갈 때는 북쪽의 B 라인의 센바바시(洗馬橋), 신마치(新町) 역을 이용해서 시내로 돌아가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B 라인은 구마모토 역으로는 가지 않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구마모토 노면전차 A 라인, B 라인의 역에서 각각 5분 정도 걸리며 중간에 강이 있어 이런 풍경과 만나게 됩니다.
주변 동내 풍경이 이쁘고 멋진 건물, 카페, 레스토랑도 많아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며 시내로 걸어가도 좋습니다. 이곳에서 시내인 사쿠라마치까지는 걸어서 10분 정도 걸립니다.
건물은 100년이 넘은 전통 가옥(町屋, 마치야)을 리노베이션한 형태 입니다. 겉으로 보기엔 검은 목재와 흰 회벽이 어우러진 고즈넉한 일본식 건축이지만, 안으로 들어서면 천장까지 트인 높은 공간과 유려한 동선이 펼쳐집니다. 목조 기둥이 남긴 세월의 흔적,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부드러운 자연광, 손으로 짠 러너와 도자기 잔들이 어우러져, 공간 자체가 한 폭의 작품처럼 느껴집니다.
구마모토 커피 갤러리의 풍경
1층은 로스팅과 바 공간입니다.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생두(生豆)를 고객이 직접 선택하고, 주문 즉시 로스팅하는 시스템입니다. 벽면 선반에는 전 세계 각지에서 들여온 약 25종류의 원두 병이 줄지어 놓여 있고, 원두의 향을 맡으며 마음에 드는 종류를 고르면, 바로 눈앞의 로스터기에서 천천히 볶아냅니다. 볶는 동안 퍼지는 고소한 향은 마치 향로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처럼 공간을 채우며, 커피 한 잔이 만들어지는 시간 자체가 하나의 퍼포먼스가 됩니다. 이 과정을 구경하며 기다리는 손님들은, 구마모토의 느긋한 리듬을 오롯이 느낄 수 있습니다.
로스팅이 끝난 후에는 드립 커피, 에스프레소, 콜드브루 등 다양한 추출법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곳의 커피는 볶은 직후의 생동감을 중시하기 때문에, 갓 구워낸 원두에서 나는 신선한 향과 투명한 산미가 인상적입니다. 잔마다 다른 개성 있는 도자기나 칠기 잔에 담아내는데, 그 그릇 하나하나에도 장인의 숨결이 느껴집니다.
커피와 함께 제공되는 디저트 또한 이곳만의 정취를 더합니다. 일반적인 케이크나 쿠키 대신, 이곳에서는 커피와 함께 일본식 과자(和菓子) 를 함께 팔고 있었습니다. 화과자는 계절에 따라 그 계절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종류로 바뀝니다. 말차 향이 은은한 다이후쿠(大福)나 팥의 단맛이 절묘하게 밸런스를 이루는 오하기(御萩) 같은 전통 과자가 커피의 쌉쌀함과 어우러져, 커피와 함께 새로운 조화를 만들어냅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메뉴는 대나무 숯 파우더를 섞은 블랙 라떼, 스미(炭). 잔에서 피어오르는 깊은 색감과 미묘한 향이 커피와 예술의 경계를 흐리듯 독특한 여운을 남깁니다.
2층은 갤러리 공간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여기서는 지역 작가나 사진가, 도예가의 작품이 정기적으로 전시되며, 커피 한 잔을 들고 천천히 예술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나무 계단을 오르면 통유리창으로 햇살이 들어와, 마치 시간조차 천천히 흐르는 듯한 정적이 공간을 감쌉니다. 전시 내용은 계절마다 바뀌며, 때로는 커피와 관련된 일러스트나 공예품, 때로는 구마모토의 풍경을 담은 사진이 전시 됩니다.
공간의 모든 요소는 세심하게 계산되어 있습니다. 테이블 간격이 넓고, 대화의 음성이 서로 닿지 않을 만큼 조용하며, 로스팅기에서 들려오는 리드미컬한 소리와 레코드의 잔잔한 음악이 배경을 채웁니다. 내부 조명은 따뜻한 색감으로 낮에는 자연광이, 밤에는 노란 조명이 벽면의 질감을 드러냅니다.
구마모토에 들릴 때 마다 이곳은 꼭 다시 한 번 찾아 가곤 합니다. 같이 간 친구에게 소개해주고 싶기도 하고 어떻게 변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커피 갤러리 라는 이름은 단순한 비유가 아닙니다. 이곳은 커피를 중심으로 감각의 예술을 체험하는 회랑입니다. 향, 빛, 소리, 시간, 그리고 손에 닿는 질감이 어우러져 커피를 마신다 기보다 감상한다 는 말이 더 어울리는 공간입니다.
이곳을 찾은 여행자는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나오는 단순한 손님이 아니라, 시간을 천천히 음미하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로스팅의 불빛, 원두의 향기, 나무의 결, 그리고 잔 속의 깊은 어둠까지, 그 모든 것이 구마모토라는 도시의 온도를 느끼게 해 줍니다.
구마모토에서 커피 한 잔, 커피 갤러리(珈琲回廊 / Coffee Gallery)
구마모토 커피 갤러리 구글 맵
Coffee gallery · 20 Nishitojinmachi, Chuo Ward, Kumamoto, 860-0027 일본
★★★★★ ·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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